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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문예창작학과 양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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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송문화재단 작성일22-08-10 21:53 조회4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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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사람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난 학기 소설 수업의 전공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어쩌면 저는 대학이라는 통과 의례를 거치지 않고서도 이 사실을, 문학이라는 것이 사람들 각각의 작은 세상을 소중히 다루면서도 때로는 너무나 냉정하게 현실을 묘사해낸다는 사실을 혼자서 깨달을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글과 문자와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온몸을 던지면서 몸소 부딪혀가며 배우는 실제의 문학은 역시 달랐습니다. 그것은 경험의 문학이고, 경험으로부터 흐르는 배움이었기에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익히려고 했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가늠이 가지 않습니다.

 

장학생으로서 대학에 입학하여 지난 약 일 년 반의 시간 동안 경험의 문학을 흡수한 결과, 깨달은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이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복잡한 감정에 뒤엉켜 서로를 증오하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면서 결국은 애증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이러한 사람들의 삶을 제 글로써 위로함은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글이라는 것, 문학이라는 것은 사람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밝은 표면만을 내비치는 거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소설 속에서, 시 속에서 해피 엔딩을 꿈꾸고, 감정적인 행복의 봇물을 터뜨리며 사람들에게 울음과 웃음을 강요해 봤자, 그것을 읽고 느끼는 사람들은 오히려 공감하기 힘들어합니다. 이것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창작자로서 위험한 자만심에 도취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글이 가지고 있는 자만심을 내려놓아야 함을 깨닫게 된 것은 제 첫 과제 시를 읽으신 시 전공 교수님의 말씀을 합평 수업에서 들었을 때였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시를 비롯한 문자로 인간의 생각을 전달하는 모든 문학에는 너무 거창한 의도를 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문학관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문자를 의도적으로 배열하고 조작하려는 창작자의 손길이 닿는 순간 글자와 문장은 전혀 새로워질 수 없었기에 어떻게 하면 진부하지 않게 핍진성 있는 글을 써낼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지난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 시와 소설의 순수 문학뿐만 아니라 비평, 드라마, 영화, 희곡, 아동문학, 청소년 문학의 다양한 창작 문학 분야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문학 작품들, 그 안에서 한정적인 정답을 유도하는 정규 교육 과정만으로는 배울 수 없었던 태도를 익혀나갔습니다. 문학을 우러러보지 않고, 그것을 우리의 곁으로 끌어내려서 우리 삶의 이야기, 우리 사회의 이면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태도를 말입니다.

 

1, 2학년 학부생 과정에서는 한국 근대, 현대 문학의 전반적인 역사를 훑어보고 순문학의 창작 실기 수업과 드라마 대본과 영화 시나리오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3학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전공 창작 분야를 선택하면서 다양한 응용 문학을 함께 학습합니다.

 

저는 내년에 3학년으로 한 단계 올라서면서 더욱더 성숙한 저의 생각을 개진하고자 하는 진취적인 태도로 비평 전공을 선택하려 합니다. 순문학이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비평 문학은 ‘‘이야기를 이야기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실기 합평 수업 속에서 동기들의 글을 읽고 저 나름의 코멘트를 달고 합평 의견을 함께 공유하면서 저만의 분석 능력을 길러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번 희열을 느꼈습니다. 동기들이 저의 합평 의견이 자신의 작품을 퇴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순간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합평자로서, 다른 이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이야기함에 즐거워하는 스스로와 마주했습니다. 비평 전공자로서 문학 이론을 내면화하여 주체적인 해석을 창작해 내고, 비평이 기존의 1차 창작물을 재가공할 뿐인 2차 창작물이라는 관점을 깨고 나아가 비평가만의 독자적인 창작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역동적인 문학의 길을 트고 싶습니다.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복합적으로 경험한 지난 학업 경험은 상당히 다채로웠습니다. 과 내 출판 편집 동아리의 회장을 맡아서 학과 선후배, 동기들의 글을 투고 받아서 300페이지가량의 문집을 발간하는 작업의 총 편집자로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교내 독서 행사나 공모전에도 다양하게 참여하여 얼마 전, 방학을 한 뒤에 수상 소식을 접할 수도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스스로가 무엇을 배우고 싶고, 무엇을 더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지에 온전히 귀 기울이며 주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과감히 몸 던지는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정송 문화 재단의 장학생으로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 정송 문화 재단의 장학생 선발 소식을 들었을 땐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등록금 부담은 고사하고 그 외의 부수적인 지출 비용뿐만 아니라 학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저에겐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장학생이 되었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저를 압도했고, 앞으로의 대학 생활을 기대되면서도 동시에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 저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그냥 스쳐 지나갈 바람 같이 여겼다가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여 당장의 두려움보다는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자세를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눈앞에 커다란 책임감이 저를 어떤 길로 이끌었고, 흔쾌히 그 길을 다져 나가보려 합니다.

 

무언가를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저지르고 난 뒤에 후회하는 게 더 낫다.’ 꽤 오래전부터 제가 좌우명으로 삼아왔던 문장입니다. 말 그대로 시도가 두려워 도망치고 난 다음에 후회하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시도해 본 뒤에 후회하는 것이 더 낫다는 뜻입니다. 똑같은 후회라는 단어로 규정될 감정이겠지만 그것을 직접 해보았는가, 해보지 못했는가의 경험에서 초래된 격차는 정말 큽니다. 무엇이든 해보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무엇이든 해볼 생각입니다. 이 좌우명을 증명하기 위해서 저는 무엇이든 해보고 난 뒤에 후회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추어 내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정송 문화 재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혼자서 이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의 대학 생활 체험기를 마무리하면서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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