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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의예과 2학년 김채연 (광양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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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송문화재단 작성일23-08-16 21:56 조회1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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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대학생활 체험기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마음을 후벼 판 문장이 있습니다. ‘나는 항상 시간보다 느렸고 후회보다 빠른 아이였다.’ 불안이라는 동력을 가지고, 후회의 등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 짧은 20년을 살아온 듯합니다. 이 상황이 부정적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에게는 불안이 가장 강력한 엔진이었기에,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고 제가 우러러보는 학과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불안이 동력이 아니라는 단언은 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저를 움직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불안에 접근하는 방식이 성숙해진 듯합니다. 불과 2년 전, 고등학생 시기엔 제가 바라는 이상적 모습과 현실의 저는 발걸음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뱁새인 서툴었던 저는 황새를 쫒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진 셈이지요. 그로 인해 자존감도 꽤나 낮아지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은 듯합니다. 문제는, 이 상황이 제 안에서만 머무는 게 아니라 밖으로 표출되기도 하였지요. 막상 의대에 합격하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다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일텐데..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죠. 제 자신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잠시동안 망각했습니다. 어찌되었든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는 불안이 저를 잡아먹은 상태였습니다. 자신감 없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 새로운 사람들을 애를 쓰고 만나보기도 하고, 공부를 많이 해놓고 원래 머리 좋은 사람 마냥 공부 안하고 잔 척도 해봤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써보니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저의 모습이기에 당당히 써봅니다.


             대학 다니면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좋은 책들도 만나고, 좋은 묵상도 해보며 제 자신을 들여다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런 여유에는 정송 문화재단의 든든한 지원도 8할은 하겠지요. 첫 시험에서는 9등을 했습니다. 그리곤 생각했습니다. ‘뭐야. 나도 할 수 있었네.’ 과외도 하고, 제가 만든 공부자료를 주변 동기들에게도 나눠주며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하는 행동만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크게 깨달은 점은 나는 최소한의 행복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내 거를 챙기고도 남아 내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만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견고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음 시험은 3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로지 원하는 공부를 하며 행복하게 얻은 점수이기에 처음 느껴보는 쾌감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불안에 잡아먹히지 않고, 조종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사람, 더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불안감은 남과 비교하며 나를 깎아내리는 불안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감입니다. 의대 오기 전에는 의사는 돈 잘 벌고 명예가 높은 사람이라는 단순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막상 제가 그 주인공이 되어보니 입체적인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막중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마무시한 공부량으로써 증명하고, 끝없는 유급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의 멘탈을 지킬 줄 아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랄까요. 저는 거기에 몇 가지 더하고 싶습니다. 생명의 기로에 선 환자들에게 의사의 한 마디가 얼마나 큰지를 공부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뱉은 한 마디가 환자를 천국으로 보내기도 지옥으로 보내기도 한다는 사실을요. 실력으로 뒷받침된 따스한 위로의 말을 내뱉는 입. 그들의 인생을 여유있게 들을 수 있는 큰 귀. 이 두 가지가 237월 김채연이 원하는 저의 미래 모습입니다. 아마 남은 4년 반동안 여러 신체기관들이 더해져가겠지요?


             다음 학기엔 카데바 실습을 하게 됩니다. 일주일에 최소 한 차례씩 시험이 있고, 실습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그날그날 복습과 예습을 해야합니다.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지만 환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못하겠습니까? 제가 악명 높은 다음 학기를 보란듯이 이겨내서 실력있는 의사에 한 발짝 다가가려 합니다. 이런 자신감과 꿈이 가득한 한 소녀의 당찬 미래를 지지해주시는 정송 문화재단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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